- 오늘도 늦었다. 이번주말 참 알차게 보냈다.
- 금요일 저녁에는 생각보다 일찍 퇴근을 해서 차 정비좀 하고, 자전거 탄다는 친구놈을 만나서 자전거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전에 주문했었던 물건을 받고는 같이 저녁과 술을 마시다가 차를 친구집에다가 버려두고 기숙사에서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주섬주섬 나갈 준비를 해서는 친구집에 다시 가서 차를 찾고 친구에게 고글을 전달해 준 뒤 차를 몰고는 화성으로 출발했다.
- 평소 가던곳이 아니라서 적당히 헤맸다. 특히나 그쪽 동네가 차량 통행량은 어마어마하고 그 통행량을 소화하기 위해서 도로를 거미줄같이 깔아둔 덕분에 길 방향의 애매한 정도가 부산을 초월했다. 부산은 차라리 내가 어느방향으로 가면 되는지 감이라도 잡고 있어서 대충 때려맞출 수라도 있지만 여긴 그런게 전혀 되질 않아서 헤맬수 밖에 없었다. 화성, 엄밀하게는 KATRI 시험장이 목적지였는데, 동아리 후배들이 전기자동차 대회에 참가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서 구경이라도 갈 요량으로 간 것이다.
- 대회장에서 동아리 팀원들의 분위기는 내가 알고 있던 대회장 분위기와는 약간 차이가 있었다. 준비가 다 된 느낌이라고 하면 딱 맞다. 전에는 준비고 뭐고 아슬아슬하게 데드라인에 맞춰 차를 완성시키고는 대회장으로 허겁지겁 가서는 대회 급하게 진행하고 문제생기면 그때그때 땜질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번 대회는 그런게 없었다. 덕분에 전체적으로 루즈한 분위기였다. 실제 진행도 루즈했고.
- 사실 대회 절반은 금요일에 이미 진행이 되었다. 금요일 내용은 보고서 평가, 정적성능, 가속, 제동, 조향 성능 등 차량에 필요한 최소요구조건을 만족하는지, 그 성능이 얼마나 나오는지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오늘은 대회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내구레이스. 약 1.5키로미터 남짓한 서킷 30바퀴를 90분 안에 주파하면 되는 경기였다. 우리는 목표를 60분으로 잡았다고 들었다.(작년 1등의 기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달렸다. 달리는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아 보였고, 랩 중간중간 추월하는 차량들이 더러 많이 있었지만 결국 끝까지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내구 3등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배터리가 좀 남았을 것이라는 팀원들의 추측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정도로 관리를 잘 한거면 전략적으로는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 어쨌든 첫 대회 참가에 종합 3등이라는 성적을 얻은것만 해도 꽤 크다고 생각했다. 나야 뭐 밥숟가락은 커녕 얼굴도 내비치지도 않았으니 내 것이 아니지만 내가 고생해 가면서 쌓은 노하우들이 조금씩 전수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 설명하기는 조금 힘들지 싶다. 동아리도 만들어진지 20년이 넘어가 역사가 의외로 길어졌다. 나는 그 중간쯤에 있다.
- 대회 끝내고, 차량 배차가 부족해서 내 차에도 동아리 후배들 세명을 추가로 태우고 친구놈과 내가 학교로 향했다. 가는길에도 길을 잘못들러서 고생을 할 뻔 했는데, 어영부영 잘 무마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정체가 약간 있었던것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쾌적하게 주행을 할 수 있었다.
- 어영부영 회식자리에 끼어서 고기 몇점 주워먹고는 취한 사람들을 두고 일찍 일어났다. 교수님께 차를 반납해야된다는 후배와 함께 친구 하나, 집이 분당이라는 후배 둘과 함께 분당으로 복귀했다. 후배 셋은 죄 서현역에 드랍시켜주고 친구놈 집앞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거래했다. 내가 준 것은 키보드와 팔토시, 친구가 준 것은 파워젤과 렌즈였다.
- 거래 관련해서는 일전에 이야기 한 적이 있으니 말을 적당히 줄이고, 팔토시는 금요일 저녁에 다른 친구에게 받은것이었는데 의외로 팔뚝 부분이 남아서 내가 못입겠다는 생각이 들어 쓸테면 쓰라 하고 쥐어준 것이다. 결국에는 다시 돌려받았다.
- 어영부영 다시 집에 와서 헛짓 좀 하다가 잠을 청했다.
- 일요일에는 누나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월요일이 자형(공식적으로야 이 호칭이 맞지만 요새는 잘 안써서 나는 그냥 형님이라고 부른다. 그게 훨씬 편하기도 하고.)의 생일이라고 그래서 갔었다.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는 못하고 차를 몰고 갔다.
- 점심상을 꽤 거하게 얻어먹고 후식으로 치즈케이크까지 얻어먹었다. 누나가 엄마 생일선물로 살 가방을 보러 가자고 이야기를 했었고, 내가 그러마 라고 이야기를 했었다는데 그걸 모르고 그냥 약속을 덜컥 잡아버렸었다. 일단 약속이 우선이기에 누나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먼저 나왔다.
- 장지 이마트에서 오랜만에 친구 둘과 친구의 집사람(학교 동기이긴 하다.)을 같이 보고 간략하게 잡스러운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졌다. 친구놈을 태우고(어제 렌즈 거래한 그 친구다.) 서현에 가서는 저녁을 먹고 단골 바가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서점에서 여영부영 하다가 집으로 복귀했다.
- 그리고는 밀린 빨래를 죄 하고 롬멜 책을 한장(章) 두들기고는 지금시간이다. 내일 출근하는것 치고는 엄청 늦은시간이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있다. 친구가 괜찮다면서 추천해준 문배주를 마시고 있는데 향이 엄청 독특하다. 탑노트로 강력한 누룩냄새가 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누룩냄새때문에 술이 꽤 질척할것 같은데 일본제 청주보다 훨씬 깔끔하다. 특이한 술이다. 많이 마시진 못해도 가끔 즐길만한 느낌이다.
식고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