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도 새벽까지 잉-여 하면서 컴퓨터를 붙잡고 있다가 먼동이 슬슬 터올 무렵 잠을 청했다. 주말에 아무것도 안하면 패턴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 아침에 일어나서 뭉그적대다가 타이어 터진부분을 땜질하고 바깥을 보니 어제 비왔던게 대충 정리된것 같아서 자전거를 타러 나가기로 급히 마음을 먹었다. 이리저리 자전거 같이 탈 사람들을 알아봤으나 역시 fail. 준비를 주섬주섬 하고는 혼자 슬슬 나갔다. 나간 시간이 열두시 삼십분 정도. 밥때였고, 밥을 먹지 않았던 관계로 나가는길에 있는 롯데리아에서 새우버거를 먹었다.(쓸데없는 잡담이지만 롯데리아에서는 새우버거랑 치즈스틱 말고는 딱히 먹을만한게 없는것 같다. 콜라는 공산품이니 예외로 하자.) 나가기 전에 대충 봤을때는 해가 구름에 거의 가려있는것 같아 선크림을 얼굴에만 바르고 나갔는데, 탄천 자전거 도로 진입하면서 해가 뜨기 시작했다. 기왕 안바르고 나온거 그냥 쿨하게 태우기로 마음먹고 냅다 달렸다.
- 여튼 뭐 꾸역꾸역 탔다. 바람이 역풍느낌이었지만 일전에 투어가서 맞던 바람정도는 아니었기에 내 체력이 부족함을 한탄하면서 열심히 페달을 돌릴 뿐이었다. 어영부영 탄천합수부를 지나서 한강자전거도로로 접어들었다. 성수대교 근처를 지날 무렵 비 비슷한게 투두둑 떨어졌다. 일단 해가 떠 있는 상황이었고, 비 자체도 많이 오는게 아니어서 몸을 식혀주는 느낌으로 꽤 기분좋게 비를 맞았다.
- 한남대교에 도착해서 다리를 건너고 남산을 향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낮 한창시간대여도 자전거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한두명 정도는 보였었는데 오늘 올라가면서는 한명도 보지를 못했다. 올라가면서 남산의 위상이 예전만큼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허덕거리면서 올라가는 길에는 꽤 많은 버스들이 오르막 길 옆에 차를 대고 있었고, 차들은 편도 2차선 중 한 차선만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차선으로 올라가다 공간이 좁아지면 차에 양해를 구하고 끼어들기를 하고는 올라갔다. 중간에 끼어들기 위해서 오르막에서 무리하게 가속을 했던지라 엄청나게 허덕거렸다. 그렇게 국립극장에 도착했다.
- 국립극장 앞은 그늘이 전혀 없어 쉬기에 적합한 장소는 아니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는 남산 정상에서 쉬기로 하고 꾸역꾸역 올라갔다. 남산 올라가는 도로가 작년 겨울무렵부터 공사로 폐쇄되었었는데, 이번에 올라가면서 느낀건 도대체 공사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한답시고 턱을 만들어 두긴 했지만 턱이 거의 없어 차에게는 의미가 없었고, 나같이 자전거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은 그 오묘한 높이차이때문에 뒤에서 차가 올라와 비켜주기 위해 인도쪽으로 생각없이 자전거를 들이밀었다가는 넘어지기 딱 좋은 높이였다. 아무래도 자전거를 엿먹이려고 만든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절묘했다. 한 세번 정도 뒤에서 차가 올라와 인도쪽으로 피해서 비켜줬는데, 그때마다 깊은 빡침이 몰려왔다.
- 헥헥거리면서 남산 정상에 올라갔다. 버스와 관광객이 뒤엉켜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라고 할 만 했다. 자전거 타고 올라온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한낮시간이라 예전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있을만큼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점에서 음료수와 물을 사서 나오니 비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변이 어두워질 정도의 구름이 아니었던 관계로 금방 그치겠거니 하고 비를 맞았다. 중간에 학교 자전거 동아리 후배 한명이 연락이 와서 같이 자전거 타고 분당으로 복귀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 원래 의도한 코스는 남산을 찍고 북악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날씨가 이렇게 불안정하고 시간도 문제고(그때가 오후 세시 정도였다. 북악을 찍고 복귀하면 일곱시가 넘는 시간이 되어서 분명히 어딘가 문제가 생길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 몸 상태가 제일 큰 문제라고 판단했다. 바로 복귀하기로 결정하고 후배에게 자전거 도로에서 만나자고 말을 남긴 뒤 남산을 내려갔다.
- 그 사이 비가 그쳐서 내려가는 길은 꽤 쾌적했다. 소월길을 지나 한남으로 다시 내려가서 자전거도로를 타고는 중랑천 합수부 근처에서 후배와 만났다. 뚝섬에서 음료수나 한잔하고 약간 노닥거리자고 이야기를 한 뒤 뚝섬으로 이동했다. 뚝섬에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주말인데다가 크게 덥지 않은 날씨라 그랬었던 것 같다. 각각 음료수 한 병을 앞에 두고 한 이십분 정도 노닥거리다가 슬슬 출발을 했다. 잠실쪽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슬슬 타면서 잡담도 하고 노닥노닥 거리면서 편하게 왔다. 그렇게 탄천합수부를 거쳐 복정 쯔음 왔을 때 비가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침 앞에 다리가 있어 그 밑에서 비를 피하기로 하고는 비를 피하면서 후배와 노닥거렸다. 비가 많이 올 것 같았지만 이내 그쳤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분당쪽으로 계속 내려갔다. 이매에서 후배를 집에 보내고 출발하려는데 또 비가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 이전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아 금방 그칠것이라고 판단하고는 제일 가까운 다리밑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의외로 비가 조금 많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확 쏟아붓고나면 잦아들겠지 하고는 기다리는데 의외로 비가 꾸준히 내리는 것이었다. 약간 당황했지만 일단 기다려 보았다. 비는 계속해서 쭉쭉 쏟아지고 있었고, 다리밑에서 기다리던 다른 사람들은 비가 금방 그칠게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우의를 꺼내 입고는 다시 자전거도로로 나갔다. 나도 고민을 꽤 했었는데, 결국 기다리다 보니 비가 잦아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일단 빨리 가기로 했다. 국지성으로 내리는 비라면 이쪽 근처만 지나가면 금방 비가 그칠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 비를 맞는것은 사실 다른 준비가 다 되어있을 경우 빨래걱정을 제하면 나머지는 그다지 고민할 거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고, 제일 큰 문제가 휴대폰이었다. 어쨌든 물을 먹으면 맛이 가는 관계로 이걸 어떻게 해야되나 고민을 했다. 배쪽으로 끼워넣고 타야되나 싶기도 하고 어디 비닐이 없나 찾기도 했지만 결국 뒷주머니에 넣고 겁나 빨리가면 많이 안젖겠지 라는 생각으로 냅다 달렸다.
- 비가 오는 구간은 역시 사람이 없어서 꽤 빠른 속도로 갔다. 내가 힘들긴 하지만 일단 비를 작게 맞는것이 최대의 관건이었던 관계로 다른건 다 무시하고 급히 달렸다. 그렇게 냅다 달리다가 정자역 근처로 가니 비가 그치고 구름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뭔가 크게 억울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국지성으로 비가 내리니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고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서 계속 달렸다.
- 대충 옷이나 주변부가 말랐다는 느낌이 들 무렵 휴대폰을 꺼내서 확인했는데 신기하게도 거의 젖어있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는 계속 집으로 달렸다. 집에 도착할때까지도 비는 오지 않았고, 집에 들어와서야 천둥번개가 우릉우릉거리며 떨어졌다. 결국 내가 치킨을 사러 나갈때 까지도 비는 오지 않았다.
-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인 치킨으로 저녁을 때웠다.
오늘 라이딩의 결론은 으앙 피곤. 근육이 제대로 풀리질 않는다. 마사지라도 하고 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