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뻘글

 - 후딱 쓰고 치우고는 술빨다 일찍 자야겠다.

 - 자전거를 요새 주말마다 찰지게 타고 있다. 찰지게 타는것 자체는 좋은데 주행거리가 의도치 않게 꽤 길다. 한번 나가면 백키로 정도니. 근데 막상 생각해보면 예전에 한창 타던때의 나는 주말에 풀타임으로 시간을 내서 자전거를 탈거라면 최소 백키로 정도는 타야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에 비하면 당연히 지금은 훨씬 못타고 멘탈도 쓰레기가 되었다. 당시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장비병 환자로 취급할 것 같다. 부끄럽다.

 - 금전적 여유가 생기니 내가 왜 고생을 굳이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자전거를 타러 특정한 장소로 갈때 거기까지 당연히 자전거를 타고 가는것으로 생각했었었다. 그러나 막상 차가 생기고 차를 이용해서 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실제로 그걸 몇번 경험하고 나니 더이상 자전거를 타기 위한 장소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말이 이상하네..) 행위가 하기 싫어졌다.

 - 여튼 뭐 그렇다. 했던말 다시하는 느낌이지만 진짜 대학 1학년때의 내가 나를 보면 정말이지 혐오의 눈길로 쳐다볼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전거를 운송수단으로 인식했지 스포츠의 수단으로 인식한게 아니었으니까. 시간이 사람을 닳게 하는건지 생각을 변하게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몇번 운송수단으로 자전거를 사용하고 나서는 생각보다 투입해야하는 에너지와 노력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였을까, 조금씩 변했다. 우연찮게 자전거를 타면 탈수록 더 잘 타고싶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하면서 자전거에 달려있고 몸에 달고 있던 것들을 조금씩 떼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운송수단으로의 자전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 희한한건 내가 살아오면서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행동이 자전거가 처음이었다는 사실이다. 딱히 경쟁심 같은게 특별히 없어 공부도 그냥 하면 하는대로 남들보다 못했다고 아쉬운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못하는거 내가 굳이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었다. 다른 것들도 대부분 그랬고. 나를 움직이는 대부분의 행동원리는 굳이 가르자면 호승심 보다는 호기심 쪽이었다.

 - 그런데 자전거는 그게 안됐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저기 내 앞에 가는 사람이 나보다 잘타는지 못타는지 잘 모를 경우에는 일단 추월해서 상황을 보고싶은 마음이 들었었다. 나보다 잘타는게 확실한 사람이라면 내가 그 사람 뒤에 졸졸 따라붙겠다는 일념으로(이거 정말 힘든거다) 기를쓰고는 갖다붙이기도 했다. 희한하게 남들보다 더 잘 타고 더 빠르게 타고 싶었다.

 - 그게 지금의 내 자전거 생활의 원동력이 되었다. 덕분에 개고생을 했지만 고생 못지않게 근사한 사람들과 근사한 길과 근사한 풍광들, 절대로 바꿀수 없는 경험을 하였다. 누가 길바닥에서 시속 90km로 내리꼽아보고 자기힘으로 죽도록 달려서 서울에서 출발해서 강릉에 해 지기 전에 도착해보겠는가. 이건 확실히 내가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 뭐 그렇다. 자전거는 분명히 나에게서 무엇인가 다른것을 할 기회를 앗아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건 내 선택이고,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앗아간 것보다 얻어낸 것이 더 많아보인다. 그러니 손해본건 아니다.

아니 갑자기 왜 결론이 허세가 넘치게 됐지..여튼 뭐 그렇다.
by Ax3  | 2014/06/29 21:49 | 生活이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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