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뻘글

 - 꽤 길게 휴가를 다녀왔다. 실제로도 길었고 심적으로도 꽤 길었던 휴가다. 참 열심히 돌아다녔다.

 - 복기를 하기 힘들정도로 길었었다. 아마 지난주 금요일 즈음에서부터 놀러다닌답시고 유난을 떨었었지 싶다. 아마도 술집에 갔었을 것이고, 술이 취한채로 집에 와서는 열심히 잠을 청했을것이라고 추측한다. 흔히 지나가는 표준적인 주말이었으리라.

 - 토요일은 요 밑에 글에서 올렸었던것처럼 아침에는 자전거를 탔다. 날씨가 썩 괜찮아서 좋은 라이딩을 했다. 복귀 후 늦은 점심을 먹고는 짐 정리를 급히 해서 부산으로 내려갔다. 목요일 즈음 해서 태풍소식에 일본행 표를 취소하고(유스호스텔 예약 취소는 깜빡 잊고 있었다. 큰 패착이었다.) 국내여행으로 휴가의 내용을 황급히 바꾸었기에 일단 태풍이 먼저 지나갈 것 같은 부산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다.

 - 부산으로 내려가는길이 조금 많이 다이나믹 했다. 충청도에 들어서면서 부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경북쪽에서는 이내 빗줄기가 거세졌다. 대구쯤에서는 날씨가 개이길래 혹시나 했었지만 경남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더욱 거세지고 바람까지 심하게 불었었다. 대형트럭과 중앙분리대 사이로 교행할때의 짜릿함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중간중간 물벼락도 맞아가면서 계속 달렸다. 속도도 많이 내지 못하고 70~80km/h 정도로 내는데도 불안불안했다.

 - 부산에 무사히 도착해서는 다음날 낮에 친구놈 하나와 만나서 커피한잔 하고, 저녁은 집에서 먹고 다시 밤에 다른 친구와 만났다.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곧 쏟아져도 이상할 날씨가 아니었고,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월요일에 일단 상황을 보고 투어를 갈지 안갈지 결정하기로 하였다.

 - 월요일 아침에는 비가 그렇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오후가 되어서 이내 비가 후득후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변 날씨를 급히 검색한 결과 투어 목적지 중 후보였었던 거창쪽의 날씨가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저녁을 약간 일찍 먹고 출발했다. 부모님의 걱정스러운 시선을 뒤로 하고 일단 나섰다. 가는길에 비가 꽤 쏟아졌지만 거창으로 갈수록 빗줄기가 줄어들어 거창에 들어서서는 완전히 멎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숙소를 잡고는 잠을 청했다.

 -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해가 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라이딩 준비를 했다. 주섬주섬 챙겨서는 한바퀴 돌고 돌아왔다. 비가 온 뒤인데도 날씨가 엄청나게 습하고 더웠다. 이번 투어중에 날씨때문에 제일 고생한 날이었지 싶다.

 - 거창으로 돌아와서는 저녁을 먹고 문경으로 출발했다. 월요일즈음 투어 예정지를 잡으면서 학교 선배형님이 이화령을 화요일에 지날거라고 말씀을 하셔서 겸사겸사 라이딩 도중에 만나기로 했었었다. 거창에서 자전거를 탄 뒤에 워낙 고생을 해서 다음날은 국토종주 자전거 도로 위에서 노닥거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형님에게 연락을 해서는 충주쪽으로 올라가고 있을테니 중간에 만나서 같이 라이딩을 하자고 말씀드렸다.

 - 의외였던것은 문경에도 온천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들어가면서는 이런데도 있구나 정도였었는데 이용해 보니 딱히 다른 대형목욕탕들과 큰 차이는 없었다. 개발된지 오래되서 그런지 시설들도 오래된 느낌이었다. 관리는 잘 되어 있어서 깨끗했다. 

 - 문경에서 이화령을 넘고 소조령을 또 넘어 내려가다가 선배형님을 만났다. 만난 뒤 다시 소조령과 이화령을 넘고 문경에서 밥을 먹고는 남쪽으로 나섰다. 20km 정도 같이 라이딩을 하고 나는 다시 문경으로 복귀했다.

 - 앞서 말한 그 온천에서 씻고 나온 뒤 날씨를 보니 원래 다음목적지였던 단양과 영월에 비가 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번 투어를 계획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다녔는데, 전주에 있던 아는 형님이 혹시 전주올일이 있다면 연락을 주라는 말이 생각이 났었다. 그리고 단골 바에서 전주에 괜찮은 술집이 있다는 말도 같이 생각이 나서 전주로 방향을 틀었다.

 - 형님은 흔쾌히 시간을 내 주셨다. 문경에서 라이딩 한 날 저녁 전주에 도착해서 숙박을 하였다. 도착시간이 열시 정도 되어서 다음날 라이딩을 하고 다시 다른곳으로 이동하게 되면 술집에 가보지 못하게 될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급히 짐을 올려두고 소개받은 술집으로 향했다.

 - 술집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50분 정도. 가게 안에는 술이 꽤 취한듯한 손님 두명이 있었다. 마감시간이 11시라는 이야기를 듣고 꽤 실망하였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잔 정도 마실수 있느냐고 물어봤지만 그렇게 괜찮은 답변이 돌아오지는 않았었다. 손님들이 이야기를 듣고는 나를 좀 거들어주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단골 바에서 소개를 받고 왔다는 말을 해버렸다. 그 이야기를 듣자 사장님이 그러면 한잔정도는 해드릴수 있다고 말씀을 하시고는 준비를 해 주셨다.

 - 음...문제는 옆자리에 있던 꽤 취한 손님 둘이었다. 내가 설레발을 떨면서 앉아있고 사장님의 태도도 싹 변한걸 보고는 뭔가 심사가 뒤틀리는게 있었었나보다.(나야 그사람들 속마음을 모르니 이렇게 추측할 수 밖에 없다.) 칵테일이 나오고 두 손님중 한명이 무슨맛인지 궁금하다며 자기 술잔을 나에게 들이밀었다. 나도 뭐 큰 문제가 되겠나 싶어 잔에다 술을 따라주려는데 그 광경이 사장님 마음에는 썩 들지 않았었나 보다. 그러면 안된다고 강하게 그 잔을 내민 손님에게 이야기를 했다. 사실 나도 취한사람들을 초면에 냅다 가까이 하기도 껄끄럽기도 해서 술을 주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 분위기가 급격히 험악해졌다. 중간중간 언성이 약간 높아지는 이야기들이 오갔고, 나는 끼어서 난감한 상황이었다. 내가 원인제공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어 섣불리 뭐라고 중재를 하기가 힘들었다. 나만 챙기는것 같지만 솔직히 이럴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잘 몰라서 중간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강하게 취객들을 제지하는 방향이 맞지 않나 싶다. 지나간 일이라 이젠 어떻게 할 수 없지만.

 - 중간에 정기적으로 순찰을 도는 지구대 경찰관의 전화가 사장님에게 걸려왔고, 사장님은 별일 없다고, 굳이 오실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끊었었다. 취객중 한명이 경찰을 부른걸로 오해를 하고는 분위기가 더 험악해졌다. 언성이 높아지면서 말이 오가다 결국 지구대 경찰분을 부르게 되었다.

 - 경찰관이 와서도 본인이 잘못한게 없다고 말하며 결국 경찰관과 취객들은 가게를 나섰다. 상황이 대충 정리되는 분위기가 되서야 사장님이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솔직히 내가 원인 제공자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더 미안한 심정이었다. 술 한잔 더 시키려고 했지만 경찰관분이 다시 와서는 "저사람 다시 올수도 있으니 가게 문 일찍 닫아달라." 라고 이야기를 하여 어영부영 자리를 떴다.

 - 그렇게 아쉽게 술집을 뒤로 하고 숙소로 가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계속 비가 와서 결국 라이딩을 취소하고 형님과 함께 노닥거리면서 카페에서 잡담을 하다 점심때 소고기를 얻어먹었다. 퀄리티에 비해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만큼 손님이 많아서 정신없이 밥을 먹었지만 고기의 질은 그간 먹어본 소고기들 중 탑클래스라고 할만했다. 오후에는 전주 라이딩 코스를 차로(!) 드라이브 하고 한옥마을을 한바퀴 둘러봤다.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한옥마을은 이제 전국에서 손꼽히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나 싶은 마음에 심경이 복잡해졌다. 예전에 조금만 유명했을때는 작은 가게들도 많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였었는데 이제는 뻔한곳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한옥마을에 온김에 베테랑에서 저녁을 때웠다.(여긴 올때마다 변하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일 날씨가 개인다는 예보를 보고 형님 집 근처의 카페로 가서 다음날 라이딩 코스를 정했다. 만경강 근처 도로를 타고 김제쪽으로 가서 바닷가 구경을 하고 돌아오는 코스를 타기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아쉬운 마음에 어제 그 술집으로 다시 향했다. 

 - 다행히도 이번에는 그런 진상들은 없었고, 좋은 술들을 마음껏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칵테일에 전혀 조예가 없던 형님도 이 기회에 칵테일 입문을 시작하게 되었다. 가게에 있던 손님들 모두가 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재미있게 보냈다. 조금 늦게 술자리를 시작한게 안타까울 정도였었다. 

 - 다음날 아침 전주에는 이슬비가 내렸다. 밤동안 비가 계속 내렸었는지 도로는 여전히 젖어있었고, 이 상태로는 전주 근처에서 라이딩을 하기에는 힘들겠다는 판단을 하고 근처 다른곳으로 이동하기로 결정을 했다. 구례가 마침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그쪽으로 갔다.

 - 가는중에 급히 코스를 정했다. 섬진강을 따라내려가서 하동에서 밥을 먹고 순천쪽으로 돌아서 다시 구례로 올라오는 코스였다. 섬진강 도로야 작년에 와본적이 있어 좋은줄 알았기에 흔쾌히 그러자고 이야기를 하고는 구례 도착해서 라이딩을 시작했다. 비구름을 지리산이 죄다 막아줘서 그런지 끝내주는 날씨였다. 흐릴줄 알고 선크림을 팔다리에 바르지 않았었는데, 결국 팔다리늘 바싹 구워버렸다. 밥 먹기 전에는 강변도로라 평지, 밥 먹고 난 뒤에는 조금 큰 오르막 두개 정도가 있는 평이한 코스였다. 차가 없어서 재미있게 탔다.

 - 라이딩을 끝내고 다시 전주로 돌아가서 형님과 저녁을 먹고 커피 한잔을 한 뒤 헤어졌다. 원래는 이날 용인으로 복귀하는게 예정이었지만 구례에서 자전거를 타는 도중에 천안에서 자전거 가게를 하고 있는 팀원 형님의 연락이 와서 목적지를 천안으로 변경했다.

 - 늦게 천안에 도착해서 숙박을 한 뒤 아침에 형님의 가게로 향했다. 거기서 라이딩 준비를 하고는 자전거를 탔다. 아마 이날 탄게 올해중 가장 강한 페이스로 탄 라이딩이지 싶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코스를 돌았고, 나는 열심히 흘렀다. 아침에 출발해서 후딱 라이딩을 하고는 점심을 먹고 가게에서 약간 노닥거리다가 차가 많아지기 전에 용인으로 복귀했다.

 - 복귀 후 짐정리를 하고 단골바에서 친구와 함께 술 한잔 한 뒤 오늘이 되었다. 오늘은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마냥 노닥거리고 있다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온게 전부이다. 그리고 지금 이 두서없이 갈팡질팡하는 뻘글을 쓰고 있다.

 -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생각이 다시 날 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생각나면 끄집어내서 써보고 싶다. 일단 오늘은 개략적인 상황설명만 하는걸로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으앙 뻘글.
by Ax3  | 2014/08/10 21:52 | 生活이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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