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뻘글

 - 그야말로 뻘한 타이밍에 쓰는 뻘뻘한 뻘글.

 - 부산에 내려왔다. 핑곗거리는 제사. 여름휴가때 하루 안붙이고 이번주 월요일에 하루를 붙여서 내려왔다. 뭐 결론은 잘 내려왔다 정도로 내릴수 있지 싶다.

 - 어영부영 도망치듯이 목요일 저녁에 급히 내려와서는 제사를 지내고 금요일에는 친구놈을 불러다가 집에서 목을 길게 빼고 잉여- 하다가 저녁에는 동네 형님을 만났다. 중국 유학을 가서 중의학을 배우고 왔다는데 사실 요즘 한국에서는 한의학 자리도 모자라는 판에 더 안쳐주는 중의학을 전공하는 바람에 이리저리 꼬여버린듯한 느낌이었다. 나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잘 살던 형님이었는데 어쩌다 이리되었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그래도 함부로 이야기를 꺼내고 자존심을 건드릴수는 없어서 마땅히 꺼낼 말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겉핥는 이야기만 두서없이 나누다가 돌아왔다. 그래도 지금 준비하고 있는것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 토요일 아침에 주문한 컴퓨터가 도착을 했다. 휴가때 집에서 데스크탑을 쓰려니 영 불안불안하고 수시로 맛이 가는 느낌이 들어(이전에도 이미 모니터는 반쯤 맛이 가 있었다.) 컴퓨터를 하나 들이자고 부모님을 설득해서는 주문을 해 뒀었다. 예산을 얼추 정해두고 조립PC를 알아보려다가 찾아보니 일체형도 괜찮은 사양에 나오는것 같아 차라리 공간활용도 되고 A/S도 편할것이라고 생각해서 냅다 일체형으로 주문을 했다. 친구 덕분에 훨씬 싸게 구할 수 있었다. 어영부영 설치를 끝내고 사용을 해보니 썩 좋다. 사길 잘했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돈이 한두푼이 아니라서 본의아니게 부모님께 짐을 지운게 아닌가 하고 걱정된다. 차라리 내가 다 부담할걸 그랬나보다.

 - 여름인데 보양식으로 장어나 먹자는 내 강력한 주장으로 집근처 장어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뭐, 장어는 질이 아주 좋은거라고 하기는 힘들었지만 구울때 꼬리가 퍼덕거리던걸로 봐서 신선하기는 몹시 신선한 것이었다. 꽤 푸짐하게 먹었다. 사실 내가 내려올때마다 이런저런거 먹으러 나가자고 어거지를 부리는 편인데, 그래도 이런 기회에 부모님도 외식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 

 - 오후 3시 좀 넘어서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광안리에 괜찮은 맥주집이 있다고 해서 가봤다. 양형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분위기가 판교 크래프트웍스 부산버전이었다. 물론 판교보다는 안주거리가 좀 부족한 느낌이었지만 술은 내 느끼기에는 판교보다 훨씬 퀄리티가 있었다. 어영부영 두당 두세잔 정도를 비우고 적당히 취한 상태로(해가 아직 지지 않았었다!) 부경대쪽의 싱글몰트 바로 이동했다.

 - 사실 그 싱글몰트 바는 처음가보는 곳이었고, 단지 칵테일 위크 참가 바 라는 이유로 냅다 들어간 것이었다. 근데 막상 들어가보니 분위기가 완전 본격적인 정통 바였다. 바텐더들도 모조리 남자에 대단히 깨끗한 차림이었고, 가게도 정갈했다.(바에다가 이런말을 써도 되는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내가 느낀 느낌은 저랬다.) 위스키 종류도 방대했고, 칵테일도 은근히 보기 힘들고 손 많이 가는것들도 메뉴판에 당당히 써 둘 정도였었다. 기대치가 급격히 올라가서 친구들에게는 향이 강하지 않고 부담스럽게 넘어가지 않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나는 칵테일을 시켰다. 

 - 싱글몰트 서빙하는것도 그렇고, 칵테일의 퀄리티도 상당했다. 올드 패션드를 시켰었는데, 지금까지 마셔본 올드 패션드 중에서는 제일 맛있었다.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는게 이런건가 싶을 정도였다. 물론 그간 돌아다녔던 바 가 몇군데 되질 않고 경험도 일천하긴 했지만 이게 진짜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잔은 내가 싱글몰트를, 친구에게 마티니를 권했고, 마티니는 내 스타일대로(기주는 탱커레이 넘버텐, 일반 레시피, 올리브 두개 따로) 주문을 했었다. 기대한 만큼의 칵테일이 나왔었다. 친구도 썩 만족하는 눈치였다. 술을 더 마시고 싶었지만 가격때문인지 친구들은 내켜하지 않았고, 나도 술을 더 마시기에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복귀했다.

 - 수확이 있는 부산행이라고 할 만하다. 좋은 술집을 두군데나 알고 가니 뿌듯하다. 이제 부산에 오면 갈 곳이 생겼다.

굳.
by Ax3  | 2014/08/16 23:12 | 生活이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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